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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의 100일

220517. 또 다른 시작

by 怡炫 2022. 5. 17.

출산하고 1주는 병원에, 다음 2주는 조리원에, 다음 3주는 도우미 이모님, 그리고- 1주는 혼자 있었지만, 다음 3주는 남편의 이직으로 인한 휴가로 10주간 아이를 키우는 동안 다행히도 혼자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었다.
그 시간들이 끝나고 오늘 다시 남편이 출근을 시작했고, 아이와 나 둘이 남게되었다.
그래도 좀 익숙해졌는지 예전만큼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내가 ‘어떻게든’ 해 볼 수 있겠다, 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요샌 아기띠 메고 한시간 정도 외출이 가능하다보니, 큰 일이야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
그렇게 아이는 백일이 가까워왔다.

요샌 길게는 7시간 가까이 통잠을 자고, 많이는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 기분이 좋으면 싱긋 웃어주기도 한다. 터미타임을 굳이 하지 않았지만, 서서 안았을 때 목을 제법 세운다. 그래서 요샌 터미타임도 가끔 시도해본다. 하지만 낯선지 그 자세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아기들은 잠을 많이 잔다고 했는데 많이 졸려하기는 하지만, 정작 길게 자는것은 아니고, 짧게짧게 자고 화들짝 놀라 깨서는 잉잉, 울어댄다. 낮밤을 구분해줘야 한다고, 낮엔 밝고 시끄럽게 해줬는데- 어떤 블로그 글을 읽어보니 어른도 밝고 시끄러운 곳에서 낮잠 자기 어렵지 않냐며, 낮잠이라도 조도를 낮추고 방에서 재우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렇게도 시도해볼 생각.

지난번 수면교육을 엉망진창으로 망쳤음에도-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밤잠을 잘 잔다. 8시쯤부터 먹이고 트림시키고 안아주면 까무룩 까무룩 하다가 침대에 눕히면 잔다. 내가 괜히 그때 아이를 힘들게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아이가 일어날 시간을 기다리며 글을 쓰는데, 이런 여유라니!

인스타그램 아이 계정을 만들었다. 찍어둔 사진을 어찌할까 고민하다 만든건데, Sharenting 이라는 단어를 알게되고는 아무래도 업로드를 쉽게 하지 않게된다. 이 블로그도 사실 그런 차원에서 아이의 사진은 올리지 않고있다.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예쁜 아이지만, 누군가에게도 예쁘게 보여지기 위해 아이를 귀찮게 하는건 하고싶지 않다.

인스타그램에 아이 계정이 많다. 다 나와 같은 마음에서 만들었을것이다. 아니, 처음엔 엄마의 계정이었겠지만 점점 아이의 사진으로 도배되는것일테다. 아이 키우는 환경은 집마다, 개인의 사정마다 다 다르다. 부모가 충분히 사랑을 주고 관심을 갖고 키운다면- 아이가 환경을 탓하며 불행하다 여기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게 불행하다고 느끼는건 엄마의 몫이다.
사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아이에게 아이방을 예쁘게 만들어주지 못한 내가 미안했고,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아이가 잘 크길 바라고 기대하면서 내가 지금 아이에게 잘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한 나라에 인터넷이 들어오기 전과 후의 생활만족도를 확인해보니, 후가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면서 가지지 못한것들로 인한 불행이 싹트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함께하는 시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어제 불행하다고, 혹은 미안하다고 느꼈던 그 마음을 날려보내야겠다.

오늘부터는 정말 아이와 나, 둘 뿐이다. 이럴 수 있는 시간은 1년도 남지 않았다. 그러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 우리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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